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요? 매일 얼굴을 보고도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시간을 견뎌 왔는지는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익숙한 얼굴이라고 해서 그 삶까지 익숙한 것은 아니지요.
앨런 레비의 소설 『테오』는 작은 도시 골든을 찾아온 노신사의 이야기입니다. 카페에 걸린 주민들의 초상화가 그와 이웃을 연결하는 계기가 됩니다.
※ 작품의 기본 설정과 일부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초상화를 건네며 한 사람의 삶을 듣는 일
테오는 카페의 연필 초상화를 하나씩 사서 그림 속 당사자에게 선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전달하자는 제안도 나오지만, 그는 직접 한 사람씩 만나는 방식을 고수하지요.
교육의 관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 만남에 들이는 시간입니다. 그림을 전달하는 일만 중요했다면 더 빠른 방법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한 사람의 사정을 알아 가는 데에는 그 사람의 말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누군가를 성실한 직원, 무뚝뚝한 이웃, 말이 없는 부모로 기억하곤 합니다. 그 표현이 모두 틀렸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그것만으로 한 사람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에게서 새롭게 배울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2. 일상에서도 우리는 항상 배운다
정해진 수업을 듣지 않아도 배움은 일어납니다. 동료가 일을 풀어 가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이웃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몰랐던 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세요.
이처럼 짜인 교육과정 밖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배움을 ‘무형식학습’이라고 합니다. 유네스코도 조직된 교육 상황 밖에서 지속적이고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학습으로 설명합니다.
이 개념으로 보면 테오와 주민들의 만남은 일상 속 배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던 삶을 접하는 것이지요. 소설이 교육 이론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돌아볼 실마리는 줍니다.
3. 오래 산 경험도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누군가 고민을 말하면 우리는 도움이 되고 싶어 자신의 경험부터 꺼냅니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은 대화를 시작하는 힘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내 경험이 곧 상대의 사정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새 업무가 어렵다는 동료에게 곧바로 자신의 적응 방법을 설명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상대가 막힌 부분은 업무 지식일 수도 있고, 질문할 사람이 없다는 점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어려운지 듣기 전에 해법을 정하면 필요한 도움을 놓치기 쉽지요.
내 경험을 잘 아는 것과 다른 사람의 삶을 잘 아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어른의 배움에는 알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힘과 함께, 아직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4. 내 친절의 자리를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어야한다
초상화와 대화를 현실의 관계에 옮겨 생각할 때에는 한 가지를 더 살펴야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반갑게 나누지만, 누군가는 아직 말하고 싶지 않을 수 있어요.
좋은 뜻으로 물었다고 해서 상대가 속마음을 설명할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감사나 친밀함을 요구받아서도 안 되지요. 존중은 상대가 말할 때뿐 아니라, 말하지 않기로 할 때에도 필요합니다.
또한 다정한 만남만으로 생활의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소득이나 주거처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문제도 있습니다. 『테오』를 일상에 적용한다면 친절의 가능성과 함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도 생각해야 합니다.
5. 오늘의 대화를 돌아보는 공부
책을 읽은 뒤에는 가까운 사람과 나눈 대화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상대가 말하는 동안 내 조언을 준비하느라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독서모임에서도 각자 다른 인물에 마음이 갔다면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감상을 듣고 내 해석이 달라졌다면, 어떤 대목이 생각을 바꾸었는지 짚어 보세요. 같은 책을 읽고도 경험에 따라 다른 것을 발견한다는 사실 자체가 배움의 재료가 됩니다.
『테오』를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읽으면,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도 계속 배움이 필요하다는 질문이 남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 공부가 끝나지는 않아요. 오늘 만난 사람에 대해 내가 모르고 있던 한 가지를 알아차리는 데서, 어른의 배움은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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