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동사니 · 영화·책·뉴스 / 평생교육 / 자격증 정보

영화로 보는 평생교육(5) 크리스토퍼 놀란 '오디세이' : 죄책감에서 시작되는 성찰


그때는 옳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난 뒤 마음에 걸린 적이 있나요? 원하는 결과는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보이기도 합니다. 잘했다고 믿었던 일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2026)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그를 붙잡는 것은 험한 바다와 낯선 존재들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계책이 불러온 죽음과 파괴, 그에 대한 죄책감이 귀향의 길에 따라붙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평생교육과 연결할 부분을 찾는다면, 바로 이 성찰의 과정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이룬 일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사람이 그 이면의 피해를 바라보게 될 때, 배움은 어떤 모습으로 시작될까요?

※ 영화의 주요 장면과 인물 설정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로이 목마, 승리의 상징으로만 기억될까?

오디세우스의 목마 계책은 그리스군이 트로이에 들어가도록 만듭니다. 전쟁의 승패만 놓고 보면 뛰어난 전략입니다. 하지만 그 승리 뒤에는 도시의 파괴와 사람들의 죽음이 남습니다. 

놀란의 오디세우스를 이해하려면 이 결과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의 영리함은 전쟁을 끝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그가 감당해야 할 죄책감의 이유가 됩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것과 ‘그 방법을 써도 괜찮았다’는 것은 다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에서 강조되는 손님과 주인 사이의 신뢰도 여기에 걸려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믿음이 무너지면, 자신도 타인의 도움을 구하며 길을 떠나기 어려워집니다. 트로이 목마가 남긴 문제는 한 번의 승패를 넘어,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이어집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전쟁의 영광을 안고 돌아오는 이야기만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승리를 가져온 본인의 판단을 다시 심판해야 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아테나의 얼굴 앞에서 피할 수 없는 죄책감

아테나의 모습은 트로이의 신전에서 희생된 여사제와 이어집니다. 이 연결을 떠올리면 아테나가 오디세우스 앞에 나타나는 순간도 다르게 읽힙니다. 그가 지나온 전쟁에서 지워 버릴 수 없는 얼굴이 다시 눈앞에 놓이는 것이지요.

아테나를 오디세우스의 죄책감이 드러나는 존재로 읽으면, 신과 나누는 대화에선 본인과의 대화도 겹쳐집니다.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그 일로 누가 고통받았는지, 그 결과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묻게 됩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이나 운명으로 설명해서는 끝낼 수 없는 질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과거의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입니다. 자신의 지혜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생각하던 자리에서, 그 지혜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보게 됩니다. 나에게 유리한 설명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 드러나는 겁니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저는 이 대목을 성찰로 읽고 싶습니다. 이미 내린 판단도 다시 검토할 수 있고, 내가 놓쳤던 사람의 입장에서 같은 사건을 살펴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는 것을 늘리는 공부와 함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을 다시 묻는 공부도 필요합니다.



죄책감과 책임은 다르다

그렇다고 오디세우스가 괴로워한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죄책감이 크다고 해서 피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지요. 자신의 고통만 바라보다 보면 정작 다른 사람이 겪은 고통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성찰은 그 감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왜 그 선택을 정당하다고 여겼는지, 같은 상황이 온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내가 책임질 부분을 인정하는 일과 모든 불행을 혼자 떠안는 일도 구별해야 합니다.

영화를 보며 물어볼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요? 죄책감이 이후의 선택을 바꾸고 있을까요? 귀향에 성공했는지와 별개로, 이런 질문은 끝까지 남겨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를 완벽하게 반성한 영웅으로 정리해 버리면 오히려 영화가 품은 불편함을 놓치게 됩니다. 책임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불완전한지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생교육은 내 판단을 되돌아볼 기회

평생교육은 삶의 여러 자리에서 배움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 안에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믿고 행동해 온 방식을 돌아보는 배움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디세이》는 바로 그 판단의 문제를 이야기할 기회를 줍니다.

영화를 함께 본다면 트로이 목마를 두고 ‘뛰어난 전략인가’만 묻지 않고, 그 전략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어떤 사건이었는지도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요. 같은 일을 누구의 자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선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에 빠져 있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다른 해석의 이유를 듣고, 자신이 내린 판단을 수정할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을 인정해도 다시 배우고 행동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놀란의 《오디세이》에서 귀향은 자신이 남긴 고통을 외면한 채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후의 삶을 살아갈 것인지가 함께 따라옵니다. 저는 그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는 일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할 수 있는 평생교육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생각해요
이 글은 저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같은 장면과 문장도 각자의 삶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선을 존중하며, 여러분의 생각에서도 배우고 싶습니다.

댓글